저는 12년 전, 한 새벽기도에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예수님!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을 눈물로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눈에 까만 아프리카 사람들이 나를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눈만 감으면 구름 떼 같은 검은 사람들이 바다 물결처럼 출렁거렸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저를 아프리카로 보내시는 성령님의 싸인(sign) 인줄 알고 약 8개월 동안 기도로 준비한 끝에 아프리카 케냐 땅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이 뜻을 알렸습니다. 그 때 제 아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케냐로 떠나기 전 날 밤 11시에 아들의 학교 기숙사에 찾아가 잠든 아들의 얼굴을 만지며 울던 기억이 지금도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네 명의 아이들은 어미가 없어도 신앙을 쌓아가며 세상에 물들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 나갔고, 남편은 아내가 곧 돌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물질로 후원해 주었습니다.
케냐 땅에 첫 발을 내디딘 마사이라는 곳은 짐승의 피를 마시고, 쇠똥으로 지은 집에서 사는 원시적인 마을이었습니다. 저는 그 곳에 머물면서 환자들을 보건소에 실어다 주고 물도 길러다 주며 그들과 함께 지냈지만 막상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으니 복음을 전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도인 나이로비로 건너와 언어학원을 다니며 길거리 소년들을 돌보아 주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나이로비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저는 한적한 길거리에서 6명 정도의 노상 강도들을 만났습니다. 둔기로 뒷목을 맞고, 목이 졸려 의식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제 몸은 쓰레기 더미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아마 새벽인 것 같았습니다. 주머니에 있던 약간의 생활비와 시계, 핸드폰 등은 모두 다 털리고, 쓰레기에 뒤범벅이 된 채로 간신히 기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거울을 보니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와 몸이 심하게 떨렸습니다. 그 때 제 입술에서 찬양이 흘러 나왔습니다. “주 날개 밑 내가 평안히 쉬네 밤 깊고 비 바람 몰아쳐도 아버지께서 날 지키시리니 거기서 평안히 쉬리로다” 이 찬양이 저를 위로해 주며 안정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 땅을 성령님으로 인해 진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윤제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러면 이 땅을 품고 사랑해라.” 하시는 성령님의 말씀에 저는 한 없이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 후 하나님께서는 저를 신학교 과정을 마치게 하셨고 영국 성공회에 속한 앵글리칸 목사 안수를 받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 12개국에서 유학 온 복음의 일꾼들과 함께 각 부족으로 들어가 선교지의 영역을 넓혀 나갔습니다. 특히 케냐의 최고 오지인 이디오피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준사막지대인 투르카나에 예수 이름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말씀을 들을 수 있는 힘 조차도 없는 배고프고 목마른 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염소도 잡고, 우갈리라는 옥수수 가루로 밥을 지어 먹이고, 짜파티라는 부침개와 도넛츠도 만들어 먹였습니다. 말씀을 들은 후 가족들과 함께 먹으려 한 봉지밖에 되지 않는 옥수수 가루를 들고도 행복히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45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도 저 또한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옥수수 가루를 한 포대, 아니 한 가마씩 주고 싶어 언제나 마음이 아픕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은 배가 고파도 하나님께 찬양하며 예수 이름을 부르는 당신의 백성들의 음성을 들으시고 로키초르라는 마을에 마르지 않는 기름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게 하시어 더 이상 가난으로 고통 받지 않게 하셨으며, 사막 여기 저기에 샘줄기가 터져나와 더 이상 목마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하나님께 순종하여 예수 이름을 부른 축복의 대가였습니다. 할렐루야!
지금은 저 혼자가 아닌 케냐 현지 일꾼들과 한국, 미국 등의 동역자들과 복음의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가시 나무 밑에 쭈그리고 앉아 가시에 찔려가며 예배 드리던 사람들에게 교회도 지어주고 있습니다. 때론 말라리아라는 지역 풍토병을 앓으며 목숨을 잃을 뻔한 일도 있고, 강도들의 위험 속에서, 또 심장이 조여드는 아픔도 있지만 하나님의 교회가 가시나무 아래서도 든든히 서가는 모습을 보며, 또 영혼들이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심한 말라리아에 걸려 의식을 잃고 죽음과 싸우고 있을 때,성도 여러분의 기도를 들으시고 다시 살아나게 해 주신 주의 이름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선교지를 사랑하시며 기도와 물질로 끊임없이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시는 성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제 저의 남은 삶은 오직 예수이름 전하며 죽어가는 영혼들을 건져내는 사람을 낚는 어부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이 모든 영광을 오직 주 하나님께만 올려 드립니다. 할렐루야!